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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학년도 연세대 미래캠퍼스 논술문제 및 문항해설

by 그저그런하루 2023.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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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입시제도의 변화가 생기면서 주요 대학들이 논술시험의 비중을 늘리고 있습니다. 생기부관리와 더불어 수능시험도 중요해졌지만, 주요 대학들이 논술시험을 치르면서 학생들은 논술준비까지 해야 할 일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다음은 2023학년도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 논술시험 기출문제입니다. 기출문제를 잘 살펴보고 문항해설까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연세대 논술 기출문제 미래인재

 

 

2023학년도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 논술시험 문제[미래인재]

 


 

【문제 1】 아래의 제시문을 읽고 문제에 답하시오.(50점)

 

(가) 신경과학 분야에서 널리 알려진 개념 중에 ‘무주의 맹시(inattentional blindness)’라는 것이 있다. 우리의 주의가 어떤 특정한 한 곳에 쏠리게 되면, 눈이 향하는 위치에 다른 대상 이 있어도 그 대상이 지각되지 못하는 현상이나 상태를 가리키는 개념이다. 이 개념이 만들 어진 배경에는 흥미로운 실험이 있다. 흰옷과 검은 옷을 입은 학생 여러 명을 두 조로 나누 어 같은 조끼리만 이리저리 농구공을 주고받게 하고 그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었다. 그리고 이를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이렇게 주문하였다. “검은 옷을 입은 조는 무시하고 흰옷을 입 은 조의 패스 횟수만 세어 주세요.”라고. 동영상은 1분 남짓이었으므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렵지 않게 흰옷을 입은 조의 패스 횟수를 맞히는 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사실 실험의 목적 은 따로 있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보여 준 동영상 중간에는 고릴라 의상을 입은 한 학생이 걸어 나와 가슴을 치고 퇴장하는 장면이 무려 9초에 걸쳐 등장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동영상을 본 사람들 중 절반은 자신이 고릴라를 보았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고릴라를 인지하지 못한 이들에게 고릴라의 등장 사실을 알려 주고 동영상을 다시 보 여 주자, 분명 먼젓번 동영상에서는 고릴라가 등장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 면서 실험자가 자신을 놀리려고 다른 동영상을 보여 준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기도 하였 다. 우리는 늘 이런 경험을 한다. 결국 ‘무주의 맹시’란 시각이 손상되어 물체를 보지 못하는 것과는 달리, 물체를 보면서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고릴라는 어디에나, 언제나 존재한다. 다만 우리가 이를 인지하지 못했을 뿐이다. 당시에는 주의 깊게 보지 않아서 인식하지 못했던 것을 비로소 나중에 뇌가 인지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 뇌가 감각기관을 통해 얻은 정보를 처리하는 독특한 방식 때문에 일어난다. 뇌는 눈으로 받아들이는 모든 정보를 빠짐없이 처리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뇌가 선택한 전략은 선 택과 집중, 적당한 무시와 엄청난 융통성이다. 감각 기관으로 들어오는 정보를 고스란히 받아들이지 않고 제 입맛에 맞는 부분만 편식하는 것이 뇌의 보편적 특성으로, 다른 감각도 마찬 가지다. 그러니까 엄마의 잔소리를 흘려듣는 십 대 아이의 귀에 달린 엄청난 여과 능력은 일 부러 그러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결과일 수 있다. 눈앞에 뻔히 보이는 고릴라를 보지 못했던 사람들은 눈이 잘못되거나 얼빠진 것이 아니라, 집중하지 않은 시각적 정보는 은근슬쩍 뭉개 버리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뇌는 이런 식으로 세상을 본다. 있어도 보지 못하거나 잘못 보는 경우도 많다. 그러므로 우리가 모든 것을 다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제대로만 인정한다면, 서로 시각이 다른 현실에서 내 눈으로 본 것만이 옳다며 핏대를 세우거나 서로를 헐뜯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나) 지금 나는 밤중에 한 줄기의 강을 아홉 번이나 건넜다.(중략) 내가 처음 요동(遼東)에 들어섰을 때 바야흐로 한여름이라 뙤약볕 속을 가는데, 갑자기 큰 강이 앞을 가로막으면서 시 뻘건 물결이 산더미같이 일어나 끝이 보이지 않았다. 이는 아마 천 리 너머 먼 지역에 폭우 가 내린 때문일 터이다. 강물을 건널 적에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쳐들고 하늘을 보기에, 나는 그 사람들이 고개를 쳐들고 하늘을 향해 속으로 기도를 드리나 보다 하였다. 그런데 한참 있다가 안 사실이지만, 강을 건너는 사람이 물을 살펴보면 물이 소용돌이치고 용솟음치니, 몸은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하고 눈길은 물살을 따라 흘러가는 듯하여, 곧 어지럼증이 나서 물에 빠지게 된다. 그러니 저 사람들이 고개를 쳐든 것은 하늘에 기도를 드리는 것이 아니요, 물을 외면하고 보지 않으려는 짓일 뿐이었다.

㉠ 이와 같이 위태로운데도, 강물 소리를 듣지 못하였다. “요동 벌판이 평평하고 드넓기 때문에 강물이 거세게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다.”라고 모두들 말하였다. 그러나 이는 강에 대해 잘 모르고 한 말이다. 요하(遼河)가 소리를 내지 않은 적이 없건만, 단지 밤중에 건너지 않아서 그랬을 뿐이다. 낮에는 물을 살펴볼 수 있는 까닭에 눈이 오로지 위태로운 데로 쏠리 어, 한창 벌벌 떨면서 두 눈이 있음을 도리어 우환으로 여기는 터에, 또 어디서 소리가 들렸겠는가? 그런데 지금 나는 밤중에 강을 건너기에 눈으로 위태로움을 살펴보지 못하니, 위태 로움이 오로지 듣는 데로 쏠리어 귀로 인해 한창 벌벌 떨면서 걱정을 금할 수 없었다. 한번 추락했다 하면 바로 강이다. 나는 강을 대지처럼 여기고, 강을 내 옷처럼 여기고, 강을 내 몸처럼 여기고, 강을 내 성정(性情)처럼 여기었다. 그리하여 마음속으로 한번 추락할 것을 각오 하자, 나의 귓속에서 마침내 강물 소리가 없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무려 아홉 번이나 강을 건 너는 데도 아무런 걱정이 없어, 마치 안석 위에 앉거나 누워서 지내는 듯하였다.

나는 마침내 이제 도(道)를 깨달았도다. 마음을 차분히 다스린 사람에게는 귀와 눈이 누를 끼치지 못하지만, 제 귀와 눈만 믿는 사람에게는 보고 듣는 것이 자세하면 할수록 병폐가 되는 법이다. 소리와 빛깔은 나의 외부에 있는 사물이다. 이러한 외부의 사물이 항상 귀와 눈에 누를 끼쳐서, 사람이 올바로 보고 듣는 것을 이와 같이 그르치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하물며 사람이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강을 건너는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할 뿐 아니라, 보고 듣 는 것이 수시로 병폐가 됨에랴! 나는 장차 나의 산중으로 돌아가 대문 앞 계곡의 물소리를 다시 들으며 이와 같은 깨달음을 검증하고, 아울러 처신에 능란하여 제 귀와 눈의 총명함만 믿는 사람들에게도 경고하련다.

 

【문제 1】 제시문(가)과 제시문(나)은 사람이 외부의 대상을 감각하고 그 대상에 대해 일정한 생각(의식)을 갖게 되는 과정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제시문(나)의 밑줄 친 ㉠에 나오는 감각작용(시각과 청각)과 의식에 관한 경험을, 제시문(가)에 나오는 개념과 내용을 활용하여 설명해 보시 오. 그리고, 감각과 인지 과정에 대한 제시문(가)과 제시문(나)의 관점의 차이에 대해 말해 보시오. (1,000자 내외)

 

 


 

[문항해설]

 

(1) 제시문 (가)는 이은희, <고릴라를 못 본 이유>( 고등학교 <국어>(비상, 2020.3쇄)에 수록)의 일부분으로, ‘무주의 맹시’라는 개념을 제시하면서, 이 개념을 도출한 실험과정을 자세히 묘사하고, 우리의 지 각과 인지과정에서 발생하는 편향과 부조화를 우리 뇌의 보편적 특성으로 설명하고 있다. 아울러, 사람들이 이러한 뇌의 보편적 특성을 인정하면, 자기만 옳다는 아집에서 벗어날 수 있고, 갈등과 대립이 줄 이들 것이라는 전망을 한다.

 

(2) 제시문 (나)는 박지원, <일야구도하기(一夜九渡河記)>(김명호 옮김, 고등학교 <문학>(천재교육, 2020.2쇄)에 수록)의 일부분으로, 강을 건널 때 낮과 밤에 따라 물살(시각 대상)과 소리(청각 대상)라는 각기 다른 감각 대상이 사람에게 어떤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지를 묘사함과 동시에, 하나의 감각 대상에 쏠릴 경우, 다른 감각 대상이 인지되지 못하는 현상에 대해서도 서술하고 있다. 제시문 (나)는 제 시문 (가)와는 달리, 감각 대상과 인지 과정에서 나타나는 편향과 부조화는, 의식의 주체인 ‘나’가 외부의 사물에 동요되거나 미혹되지 않으려는 의지를 발휘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견해를 펼친다.

 

(3)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제시되어 있는 ‘올바르게 읽고 쓰기’와 ‘읽기 목적에 따라 적절한 자료와 정보를 선택하고 활용하기’ 등을 바탕으로, 학생이 문제가 요구하는 내용을 논술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를 확인하기 위해 출제되었다

1) 문제가 요구하는 것은 2 가지이다. 첫째는, 제시문(나)의 밑줄 친 ㉠부분을 제시문(가)의 개념 및 내 용들을 활용하여 설명해 보라는 것, 둘째는 두 제시문의 관점의 차이를 파악해 보라는 것이다. 이 2 가 지 문제의 요구를 잘 해결하고 있는가?

2) 제시문(나)의 밑줄 친 ㉠부분을, 제시문(가)의 ‘무주의 맹시’라는 개념을 활용하여 적절히 설명하고 있는가?

출제자는, ‘무주의 맹시’가 시각에 한정된 개념이지만, 이 개념에 대한 제시문(가)의 자세한 부 연설명을 주의 깊게 읽고, 제시문(나)의 밑줄 친 ㉠부분에 대입하여 설명할 수 있는가를 측정하고자 했다. 즉, 제시문(나)의 밑줄 친 ㉠부분은 ‘시각에 편중됨으로써 청각 자료가 인지되지 못하는 현상, 반대로 청각에 편중됨으로써 시각 자료가 인지되지 못하는 현상’을 묘사하고 있는 것인데, 이것을 제시문(가)에 있는 개념 등을 적절히 활용하여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3) 제시문(가)과 제시문(나)의 관점의 차이를 파악하고 이를 서술할 수 있는가?

출제자가 의도한 ‘핵심적 차이’는 뇌의 선택적 정보처리를 ‘보편적 특성’으로 보느냐, 주관의 의지적 노 녁에 의해 ‘올바로 보고 듣는 것’이 가능한 것으로 보느냐였다.

제시문(가)은 뇌의 선택적 정보처리 방식이 뇌의 보편적 특성이라고 본다. 즉 감각작용과 인지 과정에 는 일정한 편향이나 부조화가 생겨날 수밖에 없으며, 그것이 뇌의 본래적 기능이라고 본다.

그와는 달리 제시문(나)은 ‘올바로 보고 듣는 것’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즉, 감각 기관이 외부 대상에 관한 정보를 어떻게 포착하든, 그 정보는 나의 의식에 의해 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감 각 기관은 ‘위험하다’는 정보를 주더라도, 내가 의식적으로 노력하면 두려움에 떨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혹은 감각 기관의 정보를 ‘나’가 너무 과민하게 ‘위험하다’고 인지한다는 것이다. 즉, 제시문(가)은 ‘무주의 맹시’가 뇌의 보편적 특성이라고 본다면, 제시문(나)은 비록 그런 용어는 쓰지 않았으나, 나의 의지적 노력으로 그것을 극복할 수 있다고 보는 점이 다르다. 이러한 차이를 논리적으로 서술할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하고자 했다.

3-1) 관점의 차이를 어디에서 찾는가에 따라 몇 가지 다양한 답안이 나올 수 있다. 예를 들면, 제시문 (가)는 감각기관에 의해 제공된 ‘정보’ 자체를 뇌가 어떻게 처리하는가의 문제라면, 제시문(나)은 ‘정보’의 처리하는 과정에 나타난 감정(공포/두려움)에 관한 것이어서, 정보 처리 과정이나 결과에 ‘차이’가 있다는 식으로 쓸 수도 있다.

3-2) 또 다른 경우는, 제시문(가)은 뇌의 정보처리의 선택적 편의성(즉 인지하는 것과 인지하지 못하는 것)에 관한 것이지만, 제시문(나)은 ‘나’의 의지에 의해 주어진 정보를 의도적으로 ‘삭제’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을 ‘차이’로 설정하는 경우이다. 제시문(나)에서는, ‘두렵다’는 감정도 ‘나’가 마음먹기에 따라 떨 쳐낼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이것은 불교의 ‘일체유심조’(원효의 해골바가지 일화) 혹은 ‘정신일도하사불 성’과 같은 방식으로 주관적 의식이 외부대상을 규정한다는 논리와 연결 짓는 방식이다.

그 외에 다양한 ‘차이’를 설정할 수 있다. 그 모든 ‘가능한 경우의 수’를 다 예거 할 수는 없다. 채점 위 원들께서 적절히 판단하시고, 논리적 설득력 여부를 판단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

3-3) 단, 제시문(가)은 시각에 관한 논의를, 제시문(나)은 청각에 관한 논의를 펼친다는 식으로 글을 쓴 경우. 혹은 제시문(가)은 시각에 국한되지만, 제시문(나)은 시각과 청각 모두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식은 로 쓴 글은 틀린 답이다. 제시문(가)을 잘 읽으면, ‘무주의 맹시’는 사람의 감각 모두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

 

4) 논술문 작성 과정에 어문 규범을 준수하고, 적절한 어휘와 개념을 동원할 수 있는가? 문장표현의 능력 및 논술문 작성의 형식적 규범을 잘 지키면서 작성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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